공공미술포털 관련 전문가 칼럼입니다.

-도시공원 예술로- 공주 금성동 배수장 프로젝트 : 소행성G
김장언
2013-06-03

 

 

 ‘소행성 G’는 공주시 구 시가지에 위치한 금성 배수장을 대상지로 이루어지는 공공미술프로젝트이다. 금성 배수장은 공주 시내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서 80년대 만들어진 재난 시설물로,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강제로 담아두어 인근 제민천의 범람과 공주 시내의 홍수를 예방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공주시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었던 이 공간은 공주시의 하수도 및 하천 정비사업으로 그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배수장으로서 기능을 유지시켜야 하는 시설물이다. 현재 금성 배수장은 아름드리나무들과 펜스로 주변이 둘러쳐져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그 상태는 노출되어 있다. 공주시는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기존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꾸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획 추진되는 이번 ‘도시공원 예술로’ 사업에 대상지로 응모하여 선정되었다.

 

기획자로서 내게 금성 배수장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재난시설물을 하나의 장소(topos)가 될 수 있는 조건으로 형성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금성 배수장은 시설물이라는 건축적 구조가 만들어 낸 기능적 공간과 시간에 의해서 축적된 세월의 흔적만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펜스를 걷어내고 신체와 언어가 작동되는 장소(topos)로서 삶이 출현될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이곳이 전문가들의 협업체계를 통해서 장소특정적 공공미술을 모색하기에 적절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획자-작가-건축가-구조공학자-조경가 사이의 협업관계를 통해서 프로젝트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선 작가 김소라를 초대했다. 김소라의 작업세계가 갖는 관계의 우발성과 그런 상황들 속에서 출연하는 우연적 시스템, 그리고 사건의 출현에 대해서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다. 이러한 태도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건축가를 초대하는 데 있어서는 단순히 건축적 문제의 해결과 구현을 위해서 건축가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서 개념과 디자인을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협업자를 초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처음 우리의 초대에 응했던 건축가는 아쉽게 같이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최종안의 설계 이후, 제작 설치에 있어서 관례적인 공개입찰 및 시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방정부의 입장을 건축가가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기획자인 나와 작가에게 있어서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공공미술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설물의 설치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 설치의 디테일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행정 시스템은 이러한 특수성을 배려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나와 작가는 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건축가의 입장 역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건축가 최춘웅과 구조디자이너 이주나는 선뜻 우리의 협력관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초대에 응했다.

 

금성 배수장이 장소(topos)로서 삶을 출현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첫 번째로 생각했던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형성케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평적 경험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고안했고, 그것은 걷기와 멈춤이라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고안된 장치는 지형적인 구조를 기존의 시설물 속에 삽입시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차이를 출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러한 상태를 ‘소행성 G’로 명명했다. 이 안은 선정되었지만, 배수장의 배수용량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지방정부의 우려에 따라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정을 위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수평적 경험을 유도하기 위해서 고안된 펼쳐진 구조체를 수직적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파빌리온 형태로 다시금 구조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파빌리온을 중심으로 문화적 경험을 형성케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장소를 출현시키고자 했다. 더욱이 여기에 배수장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를 설치함으로써 수평적 걷기의 경험을 유지하고자 했다. 이 안에 대해서 공주시는 수평적 경험이 강조될 수 있는 데크의 설치를 요청했다. 데크가 설치될 경우, 우리의 안은 추가 예산 없이는 온전히 실행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존 안의 규모와 디테일을 축소하고 지역사회가 요청하는 방향을 수렴했다.

 

이렇게 ‘소행성 G’는 커다랗게 6번의 수정을 거쳐 현재의 안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제 공주시는 공주시가 요청한 방식대로 그 설계도면을 가지고 제작과 시공 설치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서 적극 협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주시가 우리의 기획안을 가지고 진행할 제작, 시공, 설치의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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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언 (노멀타입 대표) http://www.normaltyp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