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포털 관련 전문가 칼럼입니다.

민원(民願)도공공미술의요소다 - 공공미술프로젝트의민원대처법
민병직
2010-12-01


서울시도시갤러리프로젝트는 행정단위에서 도시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도시갤러리 사업의 성과와 관계없이 이처럼 위로부터의 정책단위에서 추진된 사업이라는 것이 자못 중요할 수 있는데, 바야흐로 현재 전국적인 단위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공공디자인, 공공미술의 붐과 서울시도시갤러리사업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른바 관제(官制) 공공미술의 경우 전시행정으로 자칫 전락할 위험도 가지고 있지만, 공공미술의 안정적인 연착륙을 위한 구체적인 현실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리고 한국의 공공미술에 있어서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안착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그 현실 효과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어찌됐건 비중 있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이미 전국의 지자체 단위에서 ‘도시갤러리’라는 개념 자체가 얼마간 행정 용어화 되어 있고, 각 지자체에서의 꾸준한 행정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원을 사업 아이템으로

2007년 “도시가 작품이다”를 모토로 출발한 도시갤러리는 2008년을 거쳐 2009년인 지금 이 순간도 숨 가쁜 호흡으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의 경우 시범사업으로 설정된 첫해와 달리 앞만 보고 달릴 수 없는 이유들이 왕왕 생기고 있는데, 이는 아무래도 사업의 유지관리에 따른 각종 민원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민원(民願), 다시 말해 주민이 행정 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은, 그 자체로 공공미술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도시갤러리 몇몇 사업은 민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2007년, 2008년 시행된 ‘예술가가 달려갑니다’는 ‘아트온디맨드’(art on demand) 개념, 곧 지역 주민의 현실적인 요구를 예술가들이 직접 맥가이버처럼 달려가 해결을 하려한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2009년에는 서울시 산하 각 단위, 구청을 상대로 수요를 조사하고 각 단위의 사업 요청을 검토해 사업을 설정했는데, 이 모든 노력들도 결국 사후적인 민원처리가 아니라 사전에 시민들의 요구를 도시갤러리 사업에 반영하여 해결하려는 작은 시도들이라 할 수 있다.

시 단위에서의 도시갤러리는 서울에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어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장소환경을 만드는 그저 하나의 사업이겠지만, 도시갤러리는 사업의 기본적인 의미를 작가, 시민, 행정이 함께 참여하고 완성하는 공공미술적 프로세스에서 두고자 했다. 도시갤러리가 서울다운 장소 만들기에 머물지 않고 시민의 삶이 함께 하는 활기에 찬 공동체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소 만들기도 결국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 곧 이런 민원의 요소를 사전에 담아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는 일인 것은 사실이다.


퍼블릭 샤렛, 시민들의 사전 참여

절차상에서 민원 요소를 담아내기 위해 도시갤러리가 아이디어를 짜낸 것은 ‘퍼블릭 샤렛’(public charrette, 집중검토회의)이라는 절차였다. 원래 건축에서 공동의 문제에 대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검토하여 해법을 찾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인 퍼블릭 샤렛의 도시갤러리 버전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최종 당선 전에 이해관계자들(시민, 관련행정부처)과 전문가(미술, 건축, 디자인, 도시, 인문학 관련 전문가)들이 작가와 의견을 교환하여 그 내용을 심화시킴으로써 작업의 전문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작품이 놓일 지역의 내러티브와 맥락에 부합하고 현실성을 강화한다. 민원의 측면에서 본다면 해당 공간의 사용 주체인 시민들의 참여를 사전에 이끌어냄으로써, 사후 민원의 요소를 줄이려 한 작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고, 작업의 완성도 또한 발전시키려는 맥락에서 기획되고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단점은 보완하되, 장점을 살리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역시 생각만큼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제한적인 시민들의 참여만으로 충분히 시민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퍼블릭 샤렛 자체가 부족한 인력과 여건 속에서 다소 형식화되어 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장 샤렛으로 대신하거나 퍼블릭 샤렛 이외의 다채로운 시민 참여 방식, 이를테면 워크숍, 시민설명회, 공청회 사업으로 부족한 부분을 대신하려 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겠지만 민원은 여전히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사업 첫해부터 민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민원 유형은 다소 달라지고 있는데, 예상했던 바대로 작품의 유지관리, 파손 등에 대한 민원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민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애써 작품을 설치했지만 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시민들의 불만표시가 아닐는지. 결국 민원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과의 충분한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첫해에 제기된 가장 큰 민원의 유형은 대체 이 작품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시민들이 애써 낸 세금으로 이런 허울 좋은 사업을 벌이느냐는 등의 민원들이었다. 간혹 작품의 형태나 컬러, 조형성에 대한 애정 어린 불만들도 있기도 했었다. 도시갤러리 입장에서 이런 민원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민들의 반응이고 또 다른 관심의 표명이라 판단했다.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이런 민원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매우 긍정적인 민원인 셈이고, 그 자체로 공공적인 민원이란 생각이다. 사업의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해 나가는 것, 이는 공공미술의 시작이고 끝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기에 사전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들, 서울시와의 조율과정을 통해 사업 예산에 공시적인 홍보예산을 일정부분 이상을 확보하고, 작가(팀)와 함께 작업의 선후과정에서 프로젝트의 의미를 홍보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도록 했다. 프로젝트 중간 중간 제기되는 이런 민원들은 공식적인 시의 행정 라인을 통해서, 또 도시갤러리 사업의 대외적인 홍보 노력 등으로 보완하고자 했다.

하지만 빡빡한 시의 일정에 맞춘 사업들이라 대개는 시간이 부족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이 도시갤러리의 대내외적 의미를 힘들게 확인하고 수립하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이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궁금함들, 불만들은 결국 도시갤러리 사업의 정당성에 대한 작은 문제제기이자 애정 어린 비판일 수 있는 것이고, 이에 화답하는 것이야말로 도시갤러리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지 보수, 행정조치 더불어 작가와 협업

사실, 생각해보면 시민들의 입장에서 민원은 매우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라 할 수 있고, 민원 제기도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서울시의 경우 다산콜센터를 통해 이러한 민의의 참여를 열어두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불만과 요구를 토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보자면 민원은 그 자체로 매우 적극적인 시정에 대한 시민의 관심표명이라 할 수 있다. 도시갤러리의 사업의 경우 주로 자치구를 통해 민원이 공식적으로 접수되거나, 간혹 시 행정라인을 통해 민원들이 접수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민원들의 경우 대게는 작품 자체의 하자나 파손에 대한 불만들이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한 도시갤러리의 대응은 애초에 준비된 것일 수밖에 없다. 공공미술의 유지보수 개념이 그것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놓인 작품과 달리 공공장소에 놓인 미술작품의 운명은 바람 잘 날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작품을 공모하는 그 순간부터, 가급적이면 내구연한이 높은 재료의 선택이나 향후 유지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청하고, 작품이 선정되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도 이런 유지관리 사항에 대한 요구들이 구체화되었던 것 같다. 시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만 현실적으로 작품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구청의 요구사항도 대체로 작품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 가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장소는 그 자체로 여러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천재지변을 제외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 의한 작품의 파손은 행정적인 방어를 넘어서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원칙은 그렇다. 우선 작가와 작품을 계약할 때 원칙적으로 1년간의 하자보수 기간을 설정한다. 설치 이후 1년간은 작품의 기본적인 하자에 대한 책임을 무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부터 도시갤러리 차원에서도 별도의 유지관리 예산을 편성해서 작품의 실태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유지보수를 집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작품의 유지나 파손 여부에 관한 민원이 시, 혹은 구청으로 들어오고 도시갤러리가 이를 접수하여 이에 대한 해결을 도모한다. 여기서 도시갤러리가 하는 역할은 행정적인 조치나 유지관리 예산편성과 아울러 이런 문제에 대해 작가와 함께 고민하려 한다는 점이다. 공공미술은, 시의 다른 공사와 달리, 어찌됐건 미술작품이기 때문이다. 도시갤러리 차원에서의 유지보수 사업도 기본적으로 작가와 함께 진행된다. 작품의 파손 문제에 대한 해결이 몇몇 업자들의 손에 의해 임의적으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고, 작가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작품으로서의 공공미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매우 번거롭고 귀찮기도 한 절차이기도 하지만, 가냘픈 미술이 공공장소에 자리한 그 순간부터 예고된 운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작가, 시, 도시갤러리 모두 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다짐을 늘 하곤 한다. 매우 일상적인 민원 유형이고 이에 대한 해결인데, 이는 공공미술이 존속하는 내내 예고된 운명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민원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작품의 물리적인 파손에 대한 정당한 민원과 달리 다소 애매한 민원들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 말고는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민원들이 그 경우이다. 취향의 차이는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겠지만 모든 취향을 공공미술이 담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이 문제는 앞서 말한 커뮤니케이션이나 교육의 문제와 결합될 수밖에 없는 사항인데, 이에 대한 해결은 기본적으로 설득과 설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품을 다시 이해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충분한 설명을 통한 민원 해결들이 종종 있는데, 이는 도시갤러리 차원에서도 유익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언제든지, 얼마든지 설명할 각오가 되어 있다. 얼마간의 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충분한 사전 설명과 이해과정은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른 미술의 운명처럼 공공미술 역시 쉽게 대중에게 이해되지 않은 경우들이 왕왕 있고, 이에 대한 해결은 계속적인 이해의 노력이 아닐는지. 그리고 이 문제는 공공미술은 그 탄생의 순간부터 시민들의 관심과 충분한 이해로부터 출발하고 그 과정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개인의 특수한 취향이나 취미판단을 공론화 하는 민원 그 자체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민원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이해관계나 특수한 취미를 특권화 하여 강요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문제는 이런 개인의 취미판단을 공론화 하는 과정 속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시갤러리 사업 역시 몇몇 개인의 취향이나 의지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고 절차적 합리성을 통해 작품의 미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진행되는 사업이다. 물론 그렇다고 언제나 그 결과가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민원들을 무작정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충분한 설득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민원도 격의 문제이고 그 해결 역시 가치판단의 합리성을 전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취향의 차이를 넘어 공통의 취향을 합의하고 완성해가는 것, 이 또한 공공미술이 지향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수많은 민원들이, 수많은 이해관계가, 목소리가 있다. 그 만큼 민원의 유형과 종류들은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수많은 이해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수많은 목소리를 듣고 그 맥락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민원이 그 자체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도시갤러리 사업은 민원을 먹고 사는 프로젝트이다. 작품이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작품이 존재하는 그 모든 이유가 시민들의 삶 속에서 자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갤러리가 꿈꾸는 민원은 어떤 특수한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사적인 민원, 내용이 없는 00민원이 아닌 말 그대로의 공공민원이다. 모두의 관심과 이해 속에서 자리하는 미술, 미술이 그 자체로 우리 모두가 향유하고 누리는 문화의 맥락에서 이해되는 그런 미술을 도시갤러리는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정당하고 아름다운 민원을 꿈꾸는 중이다.



필자소개
민병직은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에서「미셀 푸코의 시각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대림미술관 학예팀장, 제1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기획팀장 및 특별전 큐레이터를 거쳤으며 2007년부터 서울시도시갤러리추진단에서 책임큐레이터로 일했으며 현재는 서울디자인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미술, 사진, 디자인, 공공미술 등 시각문화 및 시각이론, 문화정책, 인문학 등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틈틈이 독립기획과 시각문화 관련 비평일도 겸하고 있다.



출처: 『예술경영 전문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