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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명 아메리칸 르네상스(American Renaissance) 벽화 : 보스턴 공공 도서관 벽화를 중심으로
저자 이미경 문서유형 논문
출처(학위수여기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일반대학원 : 미술사학과 서양미술사전공 발행년도 2014 년
내용 ■ 국문초록

‘아메리칸 르네상스(American Renaissance)’ 벽화 운동은 1876~192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건축가, 화가, 조각가들이 참여해 미국적 미술을 창조하고자 한 총체적 미술 프로그램이다. 19세기 후반 미국 경제의 발전과 유럽 미술 교육 기회의 증가, 국가 재건사업에 따른 공공 건축의 증가 등 이러한 변화들은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을 태동시킨 근본적인 원인들이다. 건축가들은 남북 전쟁 이후 건설된 공공 건축을 통해 국가 재건과 더불어 성장하는 미국의 경제적, 문화적 잠재력 속에서 그들의 국가적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건축에 투사된 국가의 이념은 벽화에서 되풀이되었으며, 벽화는 국가의 이상, 질서, 열망과 포부를 드러낼 수 있는 시각 매체로서 국가의 이상을 기술하는데 가장 적합한 미술 장르였다.
미국은 사회, 정치, 경제, 교육, 예술의 체계에서 유럽을 모델로 삼았으며, 미국이 벽화의 전형으로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지목한 것은 이 시기 벽화가 어느 때보다 가시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890년대 콜럼버스 만국 박람회, 보스턴 공공 도서관, 미국 의회 도서관 벽화들이 주축이 되어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을 추진시켰다. 이 공공 기관 벽화들의 추진력은 이후 이들 벽화에 공감하고, 모방하고 이식하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팽창했다. 특히 보스턴 공공 도서관은 유럽 미술가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들 위주로 고용해 벽화를 제작한 미국 내 유일한 공공 기관으로서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에서 드러나는 특성 상당부분을 예견하면서 벽화의 방향을 이끌었다.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은 유럽 미술 경향의 도입과 미국식 테마를 발전시키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운동은 유럽 문명에 대한 숭배의식과 더불어 도전의식으로 유럽식 벽화를 미국적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미국 미술가들이 인식한 르네상스 미술과 그들이 실천한 르네상스 미술 간에는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원형을 모방하고자 한 미국 미술가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이후 나타난 프랑스 신고전주의 간의 이상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인 것으로 수용했다. 또한 미국 미술가들은 유럽 문명의 특정 양식이나 도상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무분별하게 통합해버리기도 하고 제외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과 불일치들은 오히려 미국적 토양의 문맥 내에서 기능하는 미국적 벽화를 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미국의 산업과 역사적 테마들은 미국이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내세운 증거들이었다.
19세기 중후반 미국 동북부의 대도시들은 의사당, 법원, 시청, 교회, 학교,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건물을 건축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의식을 자극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는 급증하는 이민의 시기에 매력적인 교육도구로서 시민들을 계몽시키고 외국 태생의 이민자들에게 국가적 이상을 전달해 그들을 미국 사회에 동화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했다. 실제로 벽화는 국가 이념, 도덕과 애국심, 일반 문화를 전파하는데 있어 다른 예술 장르보다 우위에 있었다. 19세기 후반 미국 사회에서 공공 벽화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정서는 벽화에 종사하는 많은 미술가들의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공공 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계층은 다양성보다는 백인,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로 조합된 단일성을 강조했으며, 와스프의 일방적인 지배 이념의 전파와 동화 정책은 이민자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보스턴 공공 도서관의 사전트 작품 <시나고그> 논쟁은 도상의 전통과 커뮤니티의 이해관계, 비 종교기관을 위해 선택된 종교적 테마의 모순, 작품이 놓일 컨텍스트의 부조화가 상충해 벌어진 문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나고그>에 관한 논쟁은 다문화 국가로 변화하는 미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의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공공 벽화의 보편적 적용의 한계로 압축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 도서관 벽화의 인기의 상승과 소멸은 미국에서 공공 미술에 대한 변화된 대중의 기호뿐 아니라 미국 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를 입증해준다.
20세기 초반까지 보잘 것 없었던 미국 미술은 이제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를 통해 국제 미술 흐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미술은 당당하게 미술의 한 장르로 독립하고 자율성을 획득해 나갔으며, 미국 미술의 수준을 가늠하는 미술 장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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