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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명 필라델피아 벽화 프로그램(MAP) 연구 : 사회 정화와 교육을 위한 공공미술 활용 방식의 다양화
저자 김지연 문서유형 논문
출처(학위수여기관) 서울대학교 대학원 : 협동과정미술경영 발행년도 2014 년
내용 ■ 국문초록

본 논문은 필라델피아 벽화 프로그램(The City of Philadelphia Mural Arts Program, 이하 MAP)에 관한 연구이다. MAP는 1996년 필라델피아 시가 도시를 미화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주민을 갱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벽화를 제작하고 그것을 사회적?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시의 산하기구이다. MAP는 1984년에 설립된 반-그래피티 네트워크(Philadelphia Anti-Graffiti Network, 이하 PAGN)가 확대, 개편된 것이다. 1984년 1월, 당시 필라델피아 시장이던 윌슨 구드(W. Wilson Goode, 1984~1992)는 도시의 벽화를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PAGN을 설립했다. 1970년대부터 필라델피아 시에는 그래피티(graffiti)가 유행했는데, 이것은 후에 그래피티 라이터(graffiti writer)라고 불리게 된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도시 전역에 걸쳐 건물이나 담의 벽, 교각 등에 각 집단의 구역 표시로 그림처럼 써 놓은 글자 형태를 의미한다. 이것이 도시 미관을 훼손한다고 본 구드 시장은 이를 불법화하고 금지하면서 그래피티 라이터들에게 그래피티를 쓰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후 PAGN을 통해서만 도시 안에 벽화를 제작하도록 했다.
구드의 후임으로 시장으로 선출된 에드 렌델(Ed Rendell, 1992~2000)은 1996년에 도시 내의 벽화 제작을 양적으로 확대하고 질적으로 전문화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벽화를 활용하기 위해 PAGN을 MAP로 확대, 개편하였다. 이를 위해 시 정부는 시 산하의 독립 기구였던 PAGN을 시의 레크리에이션 부(Department of Recreation)의 관할 기구로 편성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 책임자도 배치했다. 전문 벽화가인 제인 골든(Jane Golden)이 첫 책임자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골든은 시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기본적인 기금 외의 운영 자금을 확대하기 위해 비영리법인인 필라델피아 벽화회(The Philadelphia Mural Arts Advocate)를 설립했다. 현재 벽화회의 재원은 연방 정부, 시 정부, 시티즌 은행(Citizen Bank), 골드만 자산(Goldman Properties)과 같은 각종 기업, 독립 재단(Independence Foundation),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과 같은 비영리 재단으로부터 받는 보조금, 개인 후원자의 기부금, 더 나아가서는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창출된 수익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MAP의 사업은 벽화 제작과 그것의 활용으로 이루어졌다. MAP의 벽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된다. 전문적인 미술가가 지역 공동체와 함께 제작하는 벽화가 주를 이루지만 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벽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MAP에서 진행하는 도시 벽화의 제작과정은 일반적으로 여덟 단계로 분류된다: 1)예술가 선정, 2)장소(site) 선택, 3)예산 편성, 4)벽화에 대한 의견 수렴 및 지역 주민들의 워크숍 참여, 5)벽화의 디자인 및 관계자(주민, MAP, 벽화가들) 승인, 6)벽 보수 및 준비, 7)벽화 제작, 8)제막식 개최. 제막식에는 지역 주민들, MAP 직원들, 벽화가 등이 참여한다. 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시행되는 벽화 제작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공공미술을 교육하는 미술 교육 프로그램, 범죄자들을 벽화 제작 등에 참여시키는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프로그램, 그리고 예술을 통해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포치 라이트 이니셔티브(The Porch Light Initiative)를 포함한다. 이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제작된 벽화는 MAP에서 제공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할 수 있으며 관광 프로그램의 제공을 통해 창출된 수익은 MAP의 운영 자금으로 이용된다.
PAGN과 MAP를 통해 1984년 이후 필라델피아 시에는 3,600여 개의 벽화가 제작되었다. 이를 통해서 필라델피아 시는 예술적 우수성과 사회적 혁신을 모두 성취했다는 국제적 평판을 받아 “세계의 벽화 수도(Mural Capital of the World)”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본 연구자는 벽화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MAP의 제작 목표에 따라 벽화의 주제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1)지역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 고양, 2)사회와 사람의 화합, 갱생과 치유를 통한 건설적인 도시 재건, 3)도시 미화. 이러한 주제는 벽화가 제작되는 장소와 해당 지역 거주민들의 인종적?산업적?경제적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MAP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것의 사업 목표는 미술가와 지역 공동체를 벽화 제작의 협업 과정을 통해서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연구들에서는 대부분 MAP가 제시하는, 벽화가 그려지는 지역의 공동체적 이상과 그에 따른 성과가 강조되었다. 실제로 MAP는 벽화를 통해 필라델피아 시의 이미지를 개선해왔다. 더불어 MAP는 필라델피아에서 미술가들을 가장 많이 고용하는 기구가 되었다. 이를 통해서 MAP의 벽화에는 필라델피아 시와 미술가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가 반영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자는 벽화의 주제 선정 과정에서 시 정부의 정치적인 목표와 미술가의 경제적인 이해가 결합된 현상에도 주목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MAP에서 미술가의 일자리 창출, 관광 유치와 같은 경제적인 효과를 고찰하는 것과 함께 시 정부에서 관장하는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그램의 효과와 한계도 분석하였다. 한편 본 연구자는 벽화가 그려진 장소를 방문하는 동안 발견한 현실적인 한계와 간극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도시 개발,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의 시각적 환경 개선을 위한 벽화 제작이 장려되었다. 1990년대부터는 마을, 학교, 공원과 같은 공간을 대상으로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 표현과 도시 미화 등을 표방한 수많은 벽화 프로젝트가 시행되어 왔다. 이처럼 높은 관심과 함께 많은 벽화가 제작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제도가 수립되지 않았고 제작 이후의 사후 관리도 미흡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자는 아직 국내에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MAP를 소개하고,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벽화 프로젝트의 모델이 된 MAP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공공벽화 프로젝트, 더 나아가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설립할 때 국내 현실에 맞게 참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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