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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명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공간 구축에 관한 연구
저자 이덕진 문서유형 논문
출처(학위수여기관) 경성대학교 일반대학원 : 문화기획ㆍ행정ㆍ이론학과 발행년도 2014 년
내용 ■ 국문초록

근대화의 산물인 유휴공간의 문제는 지역, 도시, 경제, 문화, 환경과 관련하여 탈산업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 심대한 도전으로 등장했다. 한국 사회는 20세기 후반에 급속한 근대화를 경험하면서 남다른 도시화와 산업화를 경험했고, 1990년대에 후기 산업사회, 소비사회,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도시 공간의 구조적 전환과 생활 영역의 변모 등이 수반되었다. 이런 현상은 산업구조 조정과 인구 변동, 도심공동화 같은 변화를 가져왔고, 더불어 유휴공간의 발생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그 대책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본래의 기능을 잃고 방치된 유휴공간은 도시의 쇠락을 표상하며 경관, 위생, 범죄, 안전 등의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관점의 전환에 따라 유휴공간은 도시재생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 그리고 문화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 유휴공간을 개수, 개조 등의 방식으로 재활용하여 새로운 문화공간을 구축하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다양한 관련 담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은 근대주의를 넘어서는 개발시대 이후의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으로, 탈근대의 시대적 기류와 가치관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도시 문제의 유효한 해결 방안일 뿐 아니라 문화예술상의 파급 효과가 크고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에서는 시민적 삶의 중요한 가치로 창발적인 활동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문화활동과 공간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의 문화공간들은 전시 관람, 공연 감상 등 소수를 위한 고급문화 활동에 한정되어 있으며, 문화예술의 혁신적 생산에 있어서도 미흡한 점이 많다. 한편 도시에는 예술인의 창조적 작업을 위한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거주 비용은 너무 비싸다. 유휴공간의 재활용한 문화공간의 구축은 이런 문제에 대한 좋은 대안이 된다. 시민과 예술가의 상호교류를 통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나아가 한곳에서 문화의 생산과 수용, 교류와 교환, 유통과 소비가 일어나는 새로운 개념의 열린 문화공간의 조성이 가능한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문화공간의 신축 보다 유휴공간의 개조와 개수, 전용을 통한 해결이 여러모로 월등한 대안인 것이다.
현대 예술의 관점에서 볼 때도 유휴공간의 재활용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현대의 예술에서는 경계의 해체와 장르 간의 융합이라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의 다원화 현상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경향들은 순수예술이 갖고 있는 일정한 규범과 형식을 거부하고 개방성과 비결정성으로 나아가게 한다. 현대의 다양한 문화적 실천에 부응하는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유휴공간의 재활용이 유용한 것은 이런 추세를 수용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곳에서는 현대도시가 추구하는 문화가 주도하는 삶, 지역의 재생과 공동체의 수복, 도시 경관과 환경의 개선, 수익 창출과 경제발전 효과, 범죄 예방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자 거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사실에 주목하면서 본 연구는 우리 현정에서 적실한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공간 구축의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시설이나 장소의 잠재력과 특성을 살려서 적극적으로 재활용하기보다는 가용 부지나 이용하는 소극적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 또 그 실천의 문화적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유휴공간 재활용과 문화공간 구축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거쳐 해외 선진국의 성공적인 사례의 조사와 분석을 통해 우리 상황에 적절한 전략과 실현 방식을 타진해보고자 했다.
먼저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공간의 구축이 무슨 행위이며 어떠한 효과와 의미를 지니는지 탐색하고자 했다. 유휴공간 재활용한 문화공간이 자원의 재사용이나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서는 다층적인 파급 효과를 지닌 행위이며 기존 문화공간의 건립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혁신적인 사건임을 보이고자 했다. 특히 지역과 장소에 토대를 두면서 문화와 삶의 거리를 좁히고,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 예술적 변환과 도시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에 주목했다. 더불어 그것이 도시재생과 지역의 활성화, 근대 산업유산의 보존, 시민적 일상의 충일화,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감, 사회적 자본과 공유 경제의 증대, 소득 증가와 삶의 질 향상 같은 다층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닌 행위이자 수단임을 확인했다. 그리하여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공간화, 특히 문화지대(地帶)화가 문화공간을 구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은 공간의 복합화와 새로운 양상의 복합문화공간화, 그리고 선순환구조와 재생산구조를 가져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했다. 나아가 유휴공간의 문화공간화가 도시 문화를 꽃피우고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적절한 방안임을 말하고자 했다.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원칙과 방향, 그리고 전략을 제시하기 위하여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 네 곳을 선정하여 조사 분석하였다. 그곳들은 단일 시설이 아니라 도시나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보다 포괄적인 형태의 문화공간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예술인의 자생적이고 주체적인 노력과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결합된 것들을 조사했다. 예술 ?사회 ?경제의 삼각관계에서 창의적인 유지 관리와 지속가능성을 지닌 사례들이며 도시 문화와 시민 사회에 파급 효과가 큰 것들이었다. 구체적으로 독일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 영국 버밍엄의 커스타드 팩토리, 중국 베이징의 따산쯔 798, 일본 가나자와의 시민예술촌의 네 사례가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거기엔 첫째,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로 사용되거나 문화교류지로 사용되다가 세계적인 명소로 이어지게 되는 자발적 발생형. 둘째, 치밀한 기획에 따라 용도 폐지된 시설에 문화콘텐츠를 적용하여 활용되는 산업지대의 예술창작활동을 통한 레지던스형, 셋째,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하여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공간을 설립함으로써 지역 또는 도시 전체가 활성화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시재생형, 넷째,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결성한 자급자족형 예술공동체 같은 유형적인 특징들이 관찰되었다. 양상은 서로 다르지만 성공적인 재활용 사례로서 공통 사항도 지니고 있었다. 지역 사회와 깊게 밀착되어 있으며, 도시 재생과 주변 맥락의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문화공동체와 아트 커뮤니티를 이룩하였고, 공간 및 장소의 복합화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다.
이들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통요소들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시간성’과 ‘역사성’ 같은 무형의 자본을 유형화된 문화유산으로 탈바꿈시켰다. 둘째, 공간을 과거의 것에서 현대의 것으로 변환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셋째, 감동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공간 콘텐츠)과 인간의 유희 본능에 부합하는 다양한 문화들(프로그램 콘텐츠)과의 접촉 기회를 제고했다.
이들 장소는 놀이의 장소이자, 교육의 장소이고, 소통의 장이면서 문화 생산과 유통, 소비의 공간으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문화 인프라이다. 이런 유휴공간의 활용이 야기한 문화공간의 형식과 성격 변화는 오래되고 낡은 시설의 창의적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동시대 문화의 변동, 문화 향유의 방식, 생활양식의 변화, 그리고 도시 공간이용 방식과 깊은 관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유휴공간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는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도시계획, 건축, 유산 보존, 환경 생태, 여가와 위락, 복지와 고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파 파브릭(ufa Fabrik)에서 보듯 도시의 버려진 공간에서 자생적인 복합 문화공간이 창출되고, 작가, 지역민, 협력자 및 지원자에 의한 자급자족의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생활 영역과 예술 영역이 공존하는 모습은 특히 바람직한 모델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소가 조성되면 문화예술의 생산과 정보가 교환되고,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자 예술가의 창작 공간으로서 문화발전소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복합적인 문화공간, 도시문화의 구축을 유휴공간을 통해 시도한 적이 거의 없으며, 설사 있다 해도 그 성과는 미미하며 앞으로의 실현을 위해 다각도의 전략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와 도시에서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공간의 생산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 틀림없으며, 거기에 문화적 활동을 수용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될 것이다. 현재도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전용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변화가 관찰되며, 이에 따라 지역과 삶의 변화가 수반되는 긍정적인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문화운동은 한국 도시의 경우 많은 제약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의욕을 가지고 추진되었으나 그 결과에 있어 실망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까지의 한계와 미래의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우리 현실에서의 성과와 문제를 진단하고 가능한 개선 방향과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대도시에서의 유휴공간의 문화공간화의 실태와 현황, 문제들을 검토하고 부산에서의 가능성에 대해 탐색해보았다. 한국 대도시 중 부산의 지리적, 공간적, 산업적, 문화적 특수성을 인식하면서 부산 문화와 예술의 변화를 가져올 유휴공간 재활용에 대해 제안해보고자 하였다. 즉 부산에서의 대안적인 문화 공간의 조성 방안의 연구이자,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과 실천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이는 부산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휴공간의 문화공간화가 부재하며, 앞으로 꼭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체적 분석을 통해 쟁점들을 제시하고 메트로폴리스 부산에 맞는 문화공간 구축은 어떻게 수행되고 실천되어야 하는지 제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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