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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예술로- 부산 홍티문화공원 프로젝트 : 홍티둔벙 - 땅의 기억과 문화 플랫폼
와이즈 건축(장영철, 전숙희)
2013-06-03

 

 ‘홍티둔벙’은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홍티문화공원에 조성될 ‘도시공원 예술로’ 프로젝트이다. 홍티문화공원은 부산시 사하구의 장림공단 내에 있다. 장림공단은 사상공단과 사하공단에 걸친 거대한 공단의 한 부분이다. 이 공단 내에 위치한 홍티문화공원은 앞으로는 낙동강 하구의 홍티포구와 인접하고 있고, 뒤쪽으로는 아미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홍티포구는 건조한 공단 지역에 사람 사는 맛을 전해주는 지역의 소중한 사회적 자원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홍티 마을은 15~16년 전까지만 해도 홍티포구를 터전으로 생업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도시 속의 오지이다. 아미산에 올라가면,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낙동강 하구는 강이 바다와 만나는 장소로, 퇴적된 모래톱들과 철새, 낙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을숙도생태공원은 이러한 생태적 풍경이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이 지역은 공단 지역이긴 하지만, 다대포해수욕장과는 1.8km, 아미산 전망대와는 1km 떨어져 있으며 인근에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자연과 더불어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가까운 곳에 부산의 예술창작공간인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가 이 지역의 문화적인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홍티문화공원에 인접하여 레지던시인 홍티아트센터가 2013년 상반기에 건립되었다. 이러한 장소적 맥락과 가능성이 말해주는 것은, 홍티문화공원이 그 자체로 완결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 공원이기보다는, 홍티아트센터가 만들어 낼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담고, 인근의 다양한 주민활동을 담기 위한 사람들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주민활동을 위한 플랫폼은 이 장소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장소는 아미산과 낙동강 하구 사이에 있다. 공단이 만들어지기 전, 이 장소는 낙동강 하구의 갈대숲이 우거진 곳이었고, 낙동강의 수위 변화로 인해 만들어진 계단식 농경지(River Terrace)였다. 물고기 잡는 어부들이, 또한 농사를 지어 비교적 풍족한 삶을 영위하던 곳이었다. 이 땅의 예전 모습을 상상해 보자면, 낙동강 하구의 범람으로 인하여 형성된 강가에 계단식으로 농경지가 형성된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계단식 농경지를 연상시키는 두렁길은 이러한 이 장소의 기억을 복원시키려는 의도이며, 기능적으로는 홍티문화공원, 홍티포구, 홍티아트센터, 공단 등을 연결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두렁길을 경계로 둔벙들이 생긴다. 둔벙은 농경사회의 기반시설이었던 지역의 물 저장시설이었다. 농사에 필요한 물을 저장할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휴식과 만남의 장소로 사용하였으며, 마을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하였다. ‘홍티둔벙’ 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는 이 둔벙을 채우는 재료로 홍티아트센터와 지역주민들이 만들어 낼 문화예술 활동을 사용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사람들의 활동이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 낼 풍경이고, 두렁길은 이러한 풍경을 담을 대지의 액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소의 기억과 물질성을 환기시키는 두렁길을, 지역의 커뮤니티와 프로그램의 공공성을 은유한 ‘둔벙’에 담고, 두렁길로 사람들과 조경-둔벙을 연결시키는 공공예술 프로젝트이다. 홍티아트센터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둔벙으로 확장시켜, 둔벙에 그들이 작업한 작업들을 전시할 수도 있다. 레지던스 작가들이 기획전을 할 수도 있겠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원을 만들어 축제를 벌일 수도 있고, 시민들이 직접 공간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작가를 초대하여 홍티둔벙을 대지로 삼아 하나의 커다란 작품을 기획할 수도 있겠다.

 


홍티둔벙에는 천대광 작가의 아트파빌리언 ‘빈 공간’이 설치된다. 이 파빌리온은 홍티아트센터의 작가나 스태프들과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예술 설치물이다. 관람객은 구조물 내부에 앉아 연출되는 자연현상의 변화들을 느끼며 명상적인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구조물 내부는 언제라도 전시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다. 하나의 빈 공간 자체를 제시하는 실험적 작품이다. 미술작품이 감상의 대상으로서 권위적인 공간을 차지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스스로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현상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셈이다.

        관람객은 그 빈 실내공간 안에서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연출되는 기상변화나 자연현상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또한 손몽주 작가의 ‘바람의 드로잉’이 설치된다. 9개의 금속프레임이 둔벙 길 위에 설치되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주위풍경을 한정하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 가능한, 거대한 공간드로잉이다. 금속프레임의 가장 큰 면에는 손몽주 작가가 실내 전시에서 보여 왔던 밴딩 설치와 같이 거대한 별을 만들고, 이것은 동시에 랜드 드로잉이 된다.

 


공원의 전체 모습은 홍티둔벙과 두렁길을 주위로 언덕정원들이 어우러지는 계획이다. 언덕이 생성되는 과정은 시간을 통해 표현하고, 생성된 언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여, 마침내 침식된 지형이 드러나는 시나리오를 가진 조경계획이다. 어떠한 언덕은 단층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단층은 풍화작용을 통해 침식지형으로 성장한다. 이러한 땅의 모습을 통해 땅으로 표현되는 시간을 그리고자 하는 것이다.

        홍티둔벙은 장소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농경지에 물을 대어주고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어 주던 둔벙이라는 땅의 그릇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므로 이 그릇에 담기에 좋은 내용은 땅과 인간에 관한 예술일 것이다. 이렇게 땅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홍티둔벙 공공예술프로젝트가 상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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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 www.wisearchitecture.com